깊은 데로 저어 나아가라(루카 5,4 참조)


1.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2023년 10월 로마에서 거행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주교대의원으로 참석하였다. 이후 2024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발표회에서 시노드 제1회기에 참여했던 경험을 교구 사제단에게 전달하며, 2024년 10월을 향한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여정을 제시하였다.

2.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여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루카 복음서의 ‘고기잡이 기적’(루카 5,1-11)에 비유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밤새워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들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신 다음, 그들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고 말씀하셨고, 예수님의 뜻에 따라 그물을 던진 어부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루카복음의 ‘고기잡이 기적’의 어부들처럼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서울대교구의 2024년 10월을 향한 여정은 ‘깊은 데로 저어 나아가는’ 여정이었다.

3. 지난 시간의 시노드 여정을 돌아보며 시노드 제1회기의 결실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제1회기 최종 보고서에서 제시된 20가지 주제를 ‘성령 안에서의 대화’(이하 성령 대화, 대화 모임)를 통해 시노달리타스 경험을 심화하였다.

4. 서울대교구는 시노드 제1회기까지의 진행 과정을 진단하고 평가하여, 제1회기 ‘종합보고서’에서 제시하는 20가지의 주제를 검토한 후 서울대교구 환경에 적합한 7가지 주제로 다시 종합하여 제시함으로써 교구 신자들이 종합보고서를 쉽게 이해하고, 성령 대화 모임에서 시노드 주제를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의 시노드 경험을 통해 ‘성령 안에서의 대화’ 방식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교구 내 여러 차원의 시노드 모임 중간 중간에 성령의 현존과 이끄심을 의식하는 침묵 기도 시간을 삽입하여 성령 안에서의 대화 방식을 진행하였다.

5. 또한 서울대교구의 ‘2024년 10월을 향하는’ 여정의 목적을 ‘시노달리타 경험의 심화와 성령 안에서의 대화 체득’으로 정하고, 2024년 10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두 개의 실행 단계로 구성하였다. 첫째는 교구장 주교와 주교단의 대화 모임을 진행한 후, 각 지역담당 주교들이 지역 소속 지구장들과, 지구장들은 지구 사제들과, 지구 사제들은 본당에서 사목회와 대화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시노달리타스 체험을 심화하였고 성령 대화 모임을 체득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는 서울대교구 사목국과 지구장 사제들을 통해 교구 총회장단 모임, 총구역장 모임, 전교 수녀 모임을 교구 차원에서 또 지구 차원에서 성령 대화 방식으로 운영하며 마찬가지로 시노달리타스 체험을 심화하고, 성령 대화 모임을 체득하고자 하였다.

6. 이러한 진행 과정에서 사제단의 참여를 강조하였고, 특히 사제들의 성령 대화 모임과 젊은이들의 사목적 양성을 위해 진행된 두 가지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첫째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단의 성령 안에서 대화이다. 약 60명의 사제들 중에 성령 대화를 위한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받은 사제들이 사회사목국 소속 사제들을 대상으로 7개의 주제에 대해 성령 대화를 진행하였다. 이 모임을 통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증진되었고, 성령 대화의 사목적인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는 지난 1회기 과정에서 사제들의 참여가 더욱 요청된다는 교황청 시노드 사무국의 요청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젊은이 양성 과정으로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와 ‘한국 천주교회 청년사목 지침서’를 읽고 묵상한 것을 성령 대화 방식으로 나눔을 진행한 결과 시노달리타스의 체험과 함께 성령 대화 체득 통해 그 무한한 가능성과 실재를 체험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교구의 ‘깊은 데로 나아가는’ 시노드 여정이 두려움을 넘어 참된 제자로 성장하는 여정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였다.

7. 아울러 이번 여정을 통해 개별 본당 차원에서 실시된 7가지 주제의 성령 대화 모임을 통한 제안들에서도 중요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이 준비 단계를 거치면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시노드 자체나 시노달리타스 그리고 성령 대화에 대한 이해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와 신자 모두에게 적극적이며 개개인에 맞는 인격적인 초대와 참여의 독려가 필요함을 인식하였다. 또한 이미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와 성령 대화 모임의 경험이 있는 이들의 논의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선정한 7가지 주제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8. 주제1) 신앙공동체 안에 들어가기, 그리스도교 입문 : 이번 시노드를 통해 발언과 경청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성령 대화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신앙공동체의 신앙생활과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신자들을 위해 안내하고 동반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이를 위해 가정 복음화, 성경 공부, 올바른 신앙교육과 능동적인 신앙의 태도가 필요하며, 특히 시노드 교회가 되기 위하여 신앙생활을 견고하게 하는 영적 체험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으며, 성령 대화 모임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을 알아차리는 침묵기도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있다.

9. 주제2) 가난한 이들, 교회 여정의 주역 : 성령 대화 모임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었는데, 경제적인 가난뿐만 아니라 상대적 가난, 심리적 가난, 영적 가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었다. 또한 장애인과 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격적 태도에 기반을 둔 지원과 동반의 필요를 제안하였다. 특히 가난한 이들은 단순히 교회의 사목적 대상이 아니라 시노드적인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역이라는 맥락에서 ‘가난한 이들이 교회의 중심에 들어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교회에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들이 교회에 나왔을 때 경제적인 상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나왔을 때 교회 신자들은 무엇을 견뎌야 하겠는가’라고 질문하며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현실과 처지가 매우 다양하며 그들의 상황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봉성체 때나, 노숙자 배식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들을 만나고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고 경험을 나누었다.

10. 주제3) 교회는 선교다, 디지털 환경 안에서 선교: 교회를 선교로 인식하는 논의에서는 교회 장례식이 좋은 선교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레지오 등을 통한 본당 차원의 봉사활동뿐 아니라 지역 차원으로 봉사활동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교회의 봉사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믿음에 기초하여 교회의 열린 태도로 적극적인 신앙의 차원으로 다문화 가정을 돌보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환대와 연대의 차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에 대해서 디지털 기술은 이미 우리 시대의 삶의 영역이므로 디지털 영역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시며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신앙의 메시지가 현시대의 삶에 녹아들어 갈 수 있는 복음 선포가 되어야 하고, 단순히 복음적인 콘텐츠를 넘어서 복음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차원의 선교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11. 주제4) 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의 여성: 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 여성은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구성원은 여성이 총회장이나 성체분배 하는 것에 대해 어색함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선교사명을 위해 편견 없이 상호 이해하는 훈련과 체험이 필요하며, 여성과 남성은 상호보완성을 지니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교회 안에서 여성 직무수행에 대한 자연스러운 확장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또한 교회의 모든 직무가 전적으로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을 위한 봉사라는 차원과 여성의 장점이 교회의 선교에 이바지하는 차원에서 여성 총회장, 여성 성찬봉사자 등 조금 더 직접적인 역할 수행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평신도와 교회 책임자의 실질적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여성이 교회 내 역할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12. 주제5) 축성생활, 교회 내 참여 조직과 평신도 단체: 축성생활에 관한 주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진 결과가 나왔다. 시노드 과정에서 주의 깊게 다루지 않는다면 교구차원에서는 수도자에 대한 소외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소수의 의견에서는 성직자의 권위주의에 대한 지적은 줄어들었지만, 성직자와 수도자 모두에 대한 소통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교회 내에서 특히 여성 수도자에 대한 불평등에 대한 변화는 미미하며 특히 여성 수도자에 대한 존중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수녀회 안에서 전례 거행의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하여 여성 수도자의 부제직 연구의 필요성이 제안되었다. 또한 교회 내 참여 조직과 평신도 단체에 관한 주제에서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고유한 사명을 존중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에 보다 깊이 참여할 제도적인 방법과 기회를 제공하여 선교적 차원에서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을 통한 시노드적인 교회의 쇄신을 제안하였다.

13. 주제6) 성직자: 성직자에 관한 주제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공동체의 리더로서 영적 돌봄을 비롯한 성직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과 이전에 개최된 교구시노드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노드의 참여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성령 대화 모임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제들은 본당 공동체 안에서 사제의 권위주의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과 사제들에게 하느님 체험에 대한 필요를 깊이 인식하며 자신을 성찰하였다. 특히 자신의 직무수행에 권위주의가 있지 않았나, 왜 그렇게 했는가, 또한 성령은 무엇이라고 하실까에 대해 성찰하였다. 또한 평신도와 성직자 모두 성령 대화 모임을 통해 유기적인 소통을 체험하고 사제 양성 과정에서 신학적·사목적 교육만이 아니라 인성적·심리적 교육과 동반자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하느님 백성이 함께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14. 주제7) 교회적 식별과 열린 문제들, 경청하고 동반하는 교회를 위하여: 하느님 백성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면서 교회의 윤리와 개인적인 생활에서 직면하는 여러 어려움을 다루었던 성령 대화 모임에서는 모임을 통해 어려움과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해 동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는 위로가 더 중요했다고 체험을 나누었다. 교회 차원의 식별도 중요하지만 동반이 보다 더 중요하고, 교회가 먼저 다가가 교회의 동반을 통한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 더 우선한다고 체험하였다. 또한 사제들은 사목이란, 곧 예수님이 보여주신 동반의 여정이며, 판단보다 인내를 갖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누었다.

15. 2024년 10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를 향한 여정에 현재까지 이루어진 시노드 여정의 결실을 되돌아보는 여정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서울대교구를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하였다. 이는 두려움을 넘어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 백성이 함께 나가는 여정이었으며, 교회의 삶 안에서 함께 하시며 서울대교구를 시노드적인 교회로 이끄시는 성령의 현존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서울대교구는 어부들이 깊은 곳으로 나아가 그물을 쳐 고기를 잡으라는 말씀을 경청하여 따른 것처럼, 이전에 체험했던 시간의 부족, 신학적 개념의 어려움, 가능성에 대한 타진을 넘어서, 시노드적인 교회로 쇄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울대교구의 다양한 사목적 차원(소공동체 모임, 구역반 모임, 신심단체 활동, 사제회의 등)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실천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 여정은 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장과 변화라는 결실을 맺도록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인내로이 시노드 여정을 걸어감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다.